골드 키즈란 귀하게 키운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하나뿐인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요즘 부모들의 성향을 반영하죠. 2021년에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 역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출산율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지만 높은 구매력을 무기로 가진 골드 키즈가 새로운 고객층으로 등장하며 아동복 시장 규모가 커지는 현상 또한 나타났습니다.
국내외 아동복 시장의 성장세
2020년 글로벌 아동복 매출은 약 2,520억 달러, 미국 시장은 약 34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 모도 인텔리전스는 2021년 미국 시장의 아동복 매출을 약 400억 달러로 예측했는데요. 지난해 미국 마켓의 아동복 매출이 남녀 의류보다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아이를 귀하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한 아이에게 소비를 집중하는 성향 또한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지난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가 1조 648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패션 시장 성장률의 약 두 배의 수치입니다. 특히 명품 아동복의 신장세가 눈에 띄는데요. 현대백화점의 2021년 아동 상품군 매출이 2019년 대비 20.4% 늘었고 신세계백화점 또한 지난해 아동 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25%, 고가 브랜드를 포함한 수입 아동 상품 매출은 32.4%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품 아동복 판매량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채널에서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명품 쇼핑 플랫폼 머스트잇은 지난해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보다 162% 올랐다고 설명했죠. 또 다른 럭셔리 쇼핑 앱 캐치패션은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포함된 지난해 11월, 키즈 부문 판매량이 전월 대비 100%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보리보리
골드 키즈의 밀레니얼 세대 부모가 가진 특징은?
명품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자녀에게도 명품 소비를 아끼지 않는 성향이 골드 키즈가 늘어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또한, MZ세대 사이에서 정착한 SNS 인증 문화도 골드 키즈의 출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죠. 가족끼리 비슷한 옷을 매칭해서 입는 패밀리 룩 그리고 시밀러 룩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해야 완성되는 SNS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아동복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입니다. 골드 키즈의 밀레니얼 부모가 가진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옷이 금방 작아지고 한 철밖에 입지 못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를 애용한다는 점입니다. 리셀 시장에서의 명품 아동복은 명품이 아닌 다른 제품보다 더 잘 팔릴 확률이 높아서 고가에 대한 구매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등 가족을 넘어 주변 지인까지 지갑을 여는 소비 확대 현상을 뜻하는 ‘텐 포켓’도 골드 키즈의 영향력이 커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상: 키디키디
국내 키즈 패션 버티컬 플랫폼 예시
많은 국내 패션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아동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F 계열사 트라이씨클의 키즈 패션 플랫폼 보리보리는 2021년 약 21만 명의 월간 앱 이용자를 확보하며 지난달에는 패션 부문 매출이 60% 신장하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아동 패션 전문 플랫폼에서 2013년 유아동 종합몰로 개편하며 유아용품, 임부복, 장난감 등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죠.
이랜드가 출시한 유아동 쇼핑 플랫폼 키디키디는 2020년 4월 론칭 이후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500억 원 및 누적 사용자 500만 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키즈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고 화보를 통해 코디를 제안하는 패션 웹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키디키디는 ‘아동복계의 무신사’를 목표로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난 중소 브랜드를 발굴해 인큐베이팅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 출시된 브랜디의 육아 쇼핑 플랫폼 마미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거래액이 3,000% 증가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유아동용품과 패션 외에도 임신 및 출산 준비물을 판매하는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마미의 '엄마는 엄마가 돕는다'라는 슬로건처럼 아이를 위한 제품만큼 엄마 고객을 위한 임신과 출산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죠. 마미는 엄마들이 필요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무신사는 3040 부모를 공략한 무신사 키즈를 론칭했습니다. 10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죠. 또한 같은 달에는 무신사의 PB 무신사 스탠다드의 키즈 라인 무신사 스탠다드 키즈를 출시하며 아동복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톰브라운
해외 패션 유통 기업의 키즈 카테고리 확장 예시
미국 명품 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는 지난해 60여 개의 아동복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켰습니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최고 상품 책임자 트레이시 마골리스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아동복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죠. 마골리스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를 모든 가족 구성원이 쇼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7월 영국 백화점 하비 니콜스는 아동복 전문관을 론칭했습니다. 하비 니콜스의 아동복 섹션은 지방시, 발망, 끌로에 등 럭셔리 브랜드의 키즈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두 달 후에는 영국의 키즈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키즈 오클락과 파트너십을 맺어 리세일 섹션도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친환경 판매 전략과 아동복 사업을 동시에 확장하는 행보를 보였죠.
캐나다 명품 의류 플랫폼 센스(SSENSE)는 지난해 5월 키즈 섹션을 론칭, 17개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아동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100여 개 키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톰브라운, 더 로우, 자크뮈스, 마이클 코어스 등 많은 해외 패션 브랜드가 지난해 처음으로 키즈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미지: 신세계백화점
골드 키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낮은 출산율로 아이의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아동복에 대한 지출 금액은 국내외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동복 매출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 상승세를 띄고 있는데요. 무신사와 같이 기존 국내 온라인 패션 이커머스는 아동복 섹션을 새롭게 신설하거나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주요 백화점 3사의 경우 치열한 명품 아동복 입점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디올의 키즈 라인 베이비 디올 매장이 지난 1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국내 최초로 오픈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동탄점에 명품 키즈 편집숍 퀴이퀴이를 오픈하며 오프화이트 키즈와 마르지엘라 키즈를 국내 오프라인 매장 최초로 입점시켰죠. 현대백화점도 쁘띠 플래닛이라는 키즈 패션 전문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럭셔리 키즈 패션의 호실적과 판매량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골드 키즈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